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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날갯짓 영화<벌새> 줄거리 및 총평

by 하찌로그 2023. 2. 20.

 

 

 

1. 벌새

2019년 8월에 개봉한 독립영화이다.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주연은 박지후, 김새벽이 맡았다. 성수대교 붕괴가 일어났던 1994년을 배경으로, 은희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지게 될 거대한 세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소녀를 통해, 1994년을 지나온 모두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지금 우리가 겪는 감정과 주인공이 겪는 감정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겉으로만 다를 뿐 그 감정은 근원은 같은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어린 시절에 겪었던 감정이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라고 전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삶,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작품이다.

 

1초에 적게는 19번, 많게는 최대 90번의 날갯짓을 하는 새. 벌을 닮은 그 모습은, 꿀벌보다 더 부지런하고 몸집이 자그마한 부지런한 새다. 소녀의 모든 감각은 이처럼 작은 벌새처럼 열려 있다.

 

2. 줄거리. 결말(스포)

1994년 중학생 은희는 떡집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오빠,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서울대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지만 툭하면 주인공을 때리는 오빠, 그리고 부모님은 그런 오빠에게만 관심이 있다. 어느 날 오빠에게 맞은 사실을 말하자 서로 싸우지 말라며 소녀를 다그치기만 한다. 온통 연애만 생각하는 언니는 주인공에게 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집안에서 관심밖인 은희는 가족들에게 마음을 문을 닫고, 유일한 친구인 지숙과 남자친구 지완과의 관계에서만 활력을 찾곤 한다.

 

어느 날, 소녀가 다니는 한문학원에 김영지 선생님이 새로 들어온다. 서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도와준 영지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다른 어른들과는 다르게 은희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거 같다. 그 무렵, 자신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애와 노는 모습을 목격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은희와 지숙은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다 주인에게 들키게 된 상황이 벌어진다. 호통을 치며 부모님 직장을 묻는 주인에게 지숙은, 주인공 아빠가 일하는 떡집을 이야기한다.

 

사내가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주인공이 물건을 훔친 사실을 알리지만 그냥 경찰서에 넘기라며 시큰둥하고 무책임한 반응을 보인다. 이 일로, 부모에게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낀 소녀는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 전화번호를 알려 준 친구에게도 배신감을 느끼며, 둘은 그렇게 싸우고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주인공은 그 길로, 한문학원을 찾아가 선생님에게 사실을 얘기하며 울게 되고, 영지는 우롱차를 주며 주인공을 달래주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소녀와 친구는 서로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 선생님은 그런 그들에게 별 다른 언급 없이 노래를 불러준다. 쉽사리 어떤 말도 꺼내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속단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을 달랬다.

 

 

 

 

주인공 귀 밑에 작은 혹이 생기게 된다. 작은 병원을 오가며 수술까지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며 더 큰 병원에서 제거수술을 받을 것을 권한다. 혹을 떼면 안면마비가 올 수 있다는 부작용 사례를 들은 아빠는 갑작스레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자신의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는 엄마를 보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부모님의 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입원이 결정된 뒤 은희는 지숙과 화해하게 되고, 남자친구 지완이도 찾아와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실망과 억울함, 그리고 화해와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입원하기 직전엔 선생님을 찾아가 책을 선물한다. 그 뒤,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주인공은 학원에 찾아가지만 영지가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원장에게 영지가 짐 가지러 오는 날을 물어, 또 찾아가게 되지만 선생님은 이미 가고 없다. 10월 21일엔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터지고 만다. 매일 성수대교를 건너 등교하는 언니를 걱정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버스를 늦게 탔던 언니는 무사했다. 선물 받았던 책을 돌려주며, 스케치북을 선물한 영지의 소포를 받게 된 은희는 소포에 쓰여있는 주소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은 성수대교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라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새벽, 언니와 언니 남자친구의 차를 타고 몰래 집을 나서게 된다. 세 사람은 근처 강변에 서서 끊어져버린 대교를 바라본다. 이후, 은희가 수학여행을 떠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3. 끝내며

열네 살 은희는 주변의 관계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만의 관계와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 영화는 그런 주인공의 절박한 마음과 그녀만의 구조적인 세계를 보편적이면서 구체적인 시선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서툴지만 사랑받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관계의 붕괴를 겪고 1994년을, 삶을 살아낸다. 그 시절 자신의 이야기 또는 주변 누군가를 떠올리며 공감을 자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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